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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참맛

저자명 고은영
출판사명 마롱
출간일 2020.11.16
장르 로맨스
권 수 총1권(완결)

#이혼한 사이
CC였던 유미와 상우는 6년이 넘는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8개월은 눈이 먼 것처럼 행복했고, 나머지 12개월은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불행했다.
여전히 사랑하는데…….

‘차라리 이혼하자, 그게 낫겠다.’

어긋나는 관계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 던진 상우의 초강수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수(惡手)가 되었다.
결혼 2주년 기념일을 두 달 앞둔 늦가을, 두 사람은 이혼을 했다.


# 나의 아픈 손가락은
“어서 오세…….”
한 손에는 케이크 상자를, 다른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든 상우를 본 순간 기가 막혔다.
“왜 왔어?”
“같이 저녁 먹으려고.”
“약속 있어.”
“다음으로 미뤄.”
“뭘 믿고 이렇게 뻔뻔해?”
생일이랍시고 찾아온 전남편이 두 손을 들고 환영할 만큼 반가울 리 없다.
“나라고 해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편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오지 마.”
“갈등할 만큼 하다가 온 거니까 잔소리 그만해.”
“하! 기가 막혀. 적반하장이 따로 없네.”
“저녁 한 끼 같이 먹자는데 뭐가 이렇게 까칠해? 그러게 누가 이러고 살래? 사람 신경 쓰이게.”
이혼은 끝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정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뒤늦게 되살아나는 미안함과 가책들.
멀쩡히 굴러가고 있는 것 같은 일상은 허울일 뿐 진실은 아니다.


# 아는 남자와의 섹스

밀어 낼 수도 있었다.
쫓아낼 수도 있었다.

‘미안해.’

이혼을 하던 그 순간까지 기다린 그 말.
이혼을 하고 난 뒤에도 줄곧 기다린 그 말.

눈물에 젖은 그의 입술이 입술에 닿는 순간 애써 참고 있던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해 본 적 없는 절박한 섹스는 두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 알아버린 사랑의 맛


‘발바닥에 뭐가 박힌 것 같은데 많이 아파. 네가 좀 봐 줘.’
속이 뻔히 보이는 수작쯤이야 상관없다.

‘세면대가 잘 안 내려가는데 시간 돼? 아니면 말고.’
순간순간 상우가 보고 싶어지는 건 유미 역시 마찬가지이다.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 말아야지, 네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도 하지 말아야지. 그런 기준 같은 게 생겼던 것 같아. 섹스에 관해서는 말이야.”
그의 가슴에 입술을 댄 채 유미가 중얼거렸다.
“그래서 줄곧 건전한 섹스만 했던 거네.”
“네가 그런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난 거친 게 좋은데…….”
상우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몰랐네. 왜 말 안 했어?”
“흉볼까 봐.”
“내가?”
“밝히는 여자처럼 보이는 게 부끄러웠어.”
“권상우 씨가 그런 나를 싫어할까 봐 그럴 수가 없었어.”
씁쓸하게 웃으며 그가 말했다.
“우리, 둘 다 되게 바보 같았네, 그렇지?”
한동안 물끄러미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잘 보이고 싶었으니까.”
“잘 보이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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