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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오후 네 시

저자명 복희씨
출판사명 마롱
출간일 2020.10.30
장르 로맨스
권 수 총1권(완결)

난 오후 네 시가 좋아.”

?”

체념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거든.”

 

뉴욕 셀럽들의 뮤즈로 인정받은 디자이너 신수현.

국내 브랜드 론칭을 위해 8년 만에 서울을 찾는다.

아픈 사랑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

상실의 기억만이 가득한 곳.

하지만 잊지 못하는 그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건우를 냉소 어린 얼굴로 바라본다.

연애, 처음 해 봤어요? 구질구질하다 생각, 안 들어요?”

구질구질한 건 맞아. 나도 이런 현실이 더럽게 역겹다고 생각해.”

그쪽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한테 그쪽은 8년 전에 끝난 사람이에요.”

그쪽, 그쪽, 야무지게 지껄이네.”

수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정리부터 해 주지. , 나 좋다는 여자도 싫고, 날 떠난 여자는 더더욱 싫어. 더러운 이별의 기억 때문에 여자라면 신물이 나. 왜 그따위 이별을 해야 했는지 설명이나 해 봐.”

! 그 설명을 듣고 싶어서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거예요?”

기억 못 하는 척, 사과하는 척. 끝내 역겹게 굴겠다?”

끝은 원래 역겨운 거예요.”

난 끝내도 내가 끝내는 게 좋더라고.”

보란 듯 문 한번 발로 차고 나가요. 그럼.”

저깟 문짝이 얼마나 나간다고. 흠집을 내려면 값진 데다 내야지.”

 

***

 

단 한 순간도 수현과의 이별을 실감한 적 없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뉴욕을 찾았다. 먼발치에서 수현을 지켜보고 돌아선 건, 그녀가 더 먼 곳으로 달아날까 봐 두려워서였다.

그깟 반대 때문에 헤어질 자신들이 아니었다.

끝내 헤어진 이유를 종용하는 그에게 수현이 말한다.

지건우, 네가 나한테 얼마나 역겨운 존재인지 알아?”

그러니까 말을 하라는 거잖아!”

네가 전준희 씨를 만나던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호텔이었지? VVIP 라운지.”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VVIP 라운지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누굴까?”

끝내 비열하네.”

이 호텔에서 내가 전준희를 만난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네 사적인 얘기까지 할 필요 없어.”

닥치고 들어!”

수현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한 건 이성을 상실한 것 같은 그의 눈빛 때문이었다.

VVIP 라운지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준 그 사람이 마련한 자리였어. 이런 씨X!”

그토록 맞춰지지 않던 퍼즐의 조각을 채워 넣은 건우가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

 

우리, 1년만 연애할래?”

먼저 연애를 제안한 사람답지 않게 수현에게선 늘 서늘한 거리가 느껴진다. 어느 무엇도 스며들지 못하는 유리벽 같다.

난 오후 네 시가 좋아.”

?”

체념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거든. 오후 한두 시쯤 불안감이 밀려들어. 이렇게 하루를 허비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러다가 오후 네 시가 되면 그 긴장이 확 풀어져. 그래, 오늘은 끝난 거야, 내일부터 시작하면 돼.”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다.

체념이라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

그만큼 체념했으면 됐어, 그만해도 돼.”

제 자신에게조차 해 본 적 없는 건우의 말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다.

 

건우를 위해 잠시 곁에 머물려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건우.

두 사람의 동상이몽 속에서 그토록 모호하던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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